사물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면 바로 천성이다. 도토리 나무가 밤나무가 될 수 없으며 도토리 나무에서 밤을 뜨러 뜨릴 수 없다. 그러나 이 천성마저 바꾸려 드니 천성마져 천성 스러운 처지다. 천성을 바꾸려 들기 보다 순화시키는 편이 났다. 바꾸는 것은 가면을 쓰는 것이요 순화는 가면을 벗기는 것이다. 가면은 악이고 순화는 약이다.
가면을 벗길 수 없는 것이 어느 국부적 요소가 아닌 전부이기 때문에 하나를 벗기면 둘이 둘을 벗기면 넷이 되어 벗기기를 여러번 애써봐도 벗기기는 커녕 겹겹이 장벽으로 둘러 쌓여 벗길 수 없는 장벽으로 형성되고 만다. 장벽이 쌓이는 사이 연출은 계속진행되고 연출이 진행되는 동안 천성은 하염없는 유희의 아접에 도취된다. 가면의 도취는 가희 저승 사자의 도취에 견줄만 하다.
순화는 겹겹이 둘러 쌓인 가면의 장벽을 조금씩 조금씩 소리없이 벗기는데 아접에 의하여 벗겨지지 않은 가면의 장벽이 드디어 타아에 의하여 그것도 조금씩 조금씩 벗겨져 나아가니 처음 벗겨지는 속도 느리나 벗겨지니 벗기려는 의지에 비하여 저항이 너무 커서 진척을 보이지 않더니 그래도 벗기려 애써는 사이 버티다 못한 아접이 무관심한 사이 진척을 발하면서 벗겨 지더니 속도 너무 빨라 어느 순간 다 벗기고 만다.
천성은 가면의 아접에 맞기면 벗길 수 없으나 타아에 의한 순화에 맞기면 자아의 아접에 의한 버팀에도 불구하고 전부를 전부가 아닌 국부 요소 요소를 자극하지 않면서 독소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약소를 이용한 독소를 제거하면서 마침내 전부 요소 요소의 천성을 순화시키면서 가면을 벗길 수 있다. KORNC
